The Godfather (Mario Puzo)

군대에 있을 때 샀던 책을 이제야 읽었다. 그때는 읽기가 힘들어서 몇 페이지 들춰보다가 그냥 덮었었는데, 지금 읽으니 비교적 수월하게 읽힌다.

책의 줄거리는 영화 '대부'의 1,2편 줄거리와 거의 비슷하지만 몇 가지 다른 점도 있다. 예컨대 영화에서는 간략하게 두 차례 등장하는 조니 폰테인의 이야기가 책에서는 몇 장에 걸쳐서 반(半)독립적인 하위 줄거리로 자세하게 다루어진다. 이 정도로 써 놓았으니 조니 폰테인이 프랭크 시나트라가 아니라고는 절대 말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영화 1편 마지막에서 인상적이었던, 5대 패밀리의 두목들이 차례차례 살해당하는 장면들과 교차 편집되었던 세례식은 책에서는 5대 패밀리 두목들의 살해 직전에 콜레오네 패밀리의 근거지 안에서 간략하게 치러지는 것으로 설정된다. 마찬가지로 2편의 파누치 살인 장면에서 거리 축제라는 설정은 책에 없던 것이다. (반면 책에서는 소니가 이 살인을 목격하는데, 이것이 그가 마피아의 세계로 빠져든 운명적인 계기인 것으로 설정된다.) 대체로 1편 전체와 2편의 과거 회상 장면은 거의 책에 나온 그대로이지만, 2편의 마이클의 현재 장면 -- 하이만 로스와의 비지니스, 쿠바 여행, 상원의 마이클 청문회, 케이의 낙태와 결별, 프레도의 배신과 죽음 등등 -- 은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책에서는 아무래도 영화에는 다 포함하기 힘든 이런 저런 세부 설명을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콜레오네 패밀리의 주요 수입원인 불법 도박장의 영업 방식이나, 코니의 결혼식 들러리(maid of honor)였다가 소니와 놀아났던 아가씨의 뒷이야기, 루카 브라치나 로코 램푸니, 앨 네리같은 패밀리의 '해결사'들의 뒷이야기 같은 것이 그 예이다. 대부의 부인의 행동과 생각도 책에는 좀더 자세하게 나와있는데, 영화에서 가족 안의 중요한 위치에 비해 별로 많은 장면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비교적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마이클이 시실리로 도망가 있던 동안 케이를 상대해 준 것도 대부의 부인이었고, 마이클이 뉴욕에 돌아왔을 때 케이를 콜레오네 패밀리의 집으로 불러 마이클과 만나게 한 것도 그였다. 나는 그 동안 영화를 봐 오면서 대부의 부인이 대부의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가 늘 궁금했었는데, 책에 그 해답이 있었다. 즉, 대부의 부인은 대부의 사업이 어떤 것인지 처음부터 (파누치 살해부터) 정확하게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가족을 위한 행동으로 받아들이고 일절 간섭하지 않으면서 다만 매일 아침 성당에 나가 대부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영화와 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결말에 있다. 영화에서는 마이클이 패밀리의 사업적 성공과 정확하게 반비례하는 가족의 해체와 절대 고독을 경험하지만, 책에서는 마이클의 사업이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합법적으로 라스 베가스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톰 하겐의 설명을 들은 케이는 마이클이 코니의 남편을 살해하도록 지시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을 납득하고 마이클에게 돌아가서, 카톨릭으로 개종해 시어머니와 함께 매일 아침 성당에 나가 마이클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책의 이런 결말을 '희망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영화의 극도로 어두운 결말과 비교해 보면 훨씬 밝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책의 문체는 매우 간결하고 건조하다. 극적인 장면에서도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 호들갑을 떠는 대신 사건의 진행을 냉정하고 침착하게 서술한다. 패밀리의 활동은, 적어도 패밀리의 관점에서는 화려한 범죄 행각이 아닌 냉정하고 합리적인 사업이므로, 이러한 문체는 책이 다루는 소재 및 주제와 잘 어울린다. 단, 마이클이 시실리에 있는 동안 보았던 시실리의 아름다운 풍광과 결혼까지 했던 아폴로니아의 묘사는 꿈꾸는 듯이 아름다운데, 이는 대부와 마이클이 마음 속 한 구석에 간직하고 있던 '잃어버린 낙원'의 꿈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책을 읽어보니 역시 원작의 힘이 대단하긴 하지만, 이것을 영화로 만들어낸 코폴라 감독의 능력도 못지 않게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색을 누가 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2편의 절반은 새로 만들어낸 줄거리인데 원작의 내용과 너무나도 매끄럽게 잘 연결되어있다. 특히 1편에서부터 프레도의 성격 묘사를 통해 왜 그가 배신하고 죽임을 당할 수 밖에 없었던가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조니 폰테인의 하위 줄거리 같이 영화에서 빠진 부분도 전체의 흐름을 볼 때 오히려 책보다 잘 정리되었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무엇보다 영화가 제시하는 새로운 결말의 폐부를 찌르는 듯 한 비극성은, 거의 같은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책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내러티브를 뛰어넘는 예술적 통찰의 힘을 보여준다. 이것이 '대부'가 영화 2편의 완성과 함께 진정한 미국 예술의 걸작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라 하겠다.

by khakii | 2008/02/18 09:59 | 책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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