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elangelo and the Pope's Ceiling (Ross King)

이달 초에 아내와 로마를 여행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모으다가 이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로스 킹은 전작 [Brunelleschi's Dome]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비슷한 컨셉으로 이 책을 쓴 것 같다.

이 책은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을 받아 시스틴 성당의 천장화를 그리는 과정을 꼼꼼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설명하는 책이다. 370쪽짜리 책에 주석과 색인만 70쪽이니까 저자가 사실 확인에 들인 노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저자는 미켈란젤로와 시스틴 성당 천장화에 대한 대중적인 신화의 많은 오류를 바로 잡는다. 미켈란젤로가 드러누워서 천장 그림을 그렸다던가, 혼자서 천장 그림을 다 그렸다던가, 그가 사실은 게이였다는 주장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미켈란젤로의 작업 과정과 그 당시 이탈리아의 정치 상황을 번갈아가며 설명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켈란젤로가 살았던 15세기 말 - 16세기는 르네상스의 전성기이자 종교 개혁이 일어났던 시대로, 중세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격변기였다고 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 로렌초 디 메디치, 체자레 보르지아, 마키아벨리, 마르틴 루터, 영국의 헨리 8세, 에라스무스가 다 이 시대의 인물이었다. 이런 복잡하고 화려한 역사적 배경을 펼쳐보이면서, 저자는 미켈란젤로가 개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예술적인 도전을 극복하고 역사적인 걸작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눈앞에 보이듯 선명하게 묘사해 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충실하게 복원하는데 주력한 작품이기 때문에 역사 소설같은 박진감이나 재미를 기대하고 읽는다면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건조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켈란젤로와 시스틴 천장화에 대한 풍부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고, 덤으로 16세기 이탈리아의 정치/예술/사회의 생생한 단면을 엿보기를 원한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by khakii | 2007/10/01 01:19 | 책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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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39134 at 2007/10/02 14:33
로마 여행이라니요...
너무 부럽쟎습니까 ;ㅁ;

무사히 잘 다녀오세요. 즐거운 시간 되시길.
Commented by khakii at 2007/10/04 22:01
ㅎㅎ 부럽긴요. 그리고 벌써 다녀왔어요. 포토로그에 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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