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책 읽기

어제 존 그리샴의 소설을 읽는 얘기를 적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에게 영어책 읽기는 '공부'가 될 수 밖에 없다. 원래 영어 독해 능력 자체가 공부를 해서 얻어진 것이었으니 그렇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에게 영어책 읽기는 기본적으로 장문 독해이고, 중간에 뜻이 안 통하는 문장이 있으면 문장 구조를 이리저리 뜯어봐야 하니 문법 공부이기도 하며, 시시 때때로 나오는 모르는 단어도 새로 익혀야 하니 단어 공부이기도 하다.

사실 그게 영어책 읽기의 좋은 점인데(종합적인 영어 공부가 된다는), 그래서 생기는 엉뚱한 효과는 아무리 시시껄렁한 영어책을 읽어도 우리에게는 그게 뭔가 고급스러운 지적 훈련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보의 (비교적) 투명한 매개체에 불과한 것이, 우리에게는 그 자체로 뭔가 난해하고 대단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 이것이 흔히 보이는 '원서의 물신 숭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생각해보면 근대 이전에는 또한 한문 원서의 물신 숭배가 있었을 것이니, 예전이나 지금이나 문명의 종주국을 추종하는 변방 사람들의 고충은 여전한 것 같다.

by khakii | 2006/08/08 09:07 | 책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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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레나 at 2007/07/2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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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하!!! at 2009/06/26 01:08
아~(바보도통하는소리임) 원서의 물신숭배. 그 원인은, 우린 투자한만큼 가치를 부여한다? 말되는 군요... 결국, 저역시 불필요할만큼 과도한 물신숭배의 한 사람이라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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